[림일 칼럼] 여보! 우리가 좋은 나라에서 살죠

2016.1.15

[림일 칼럼] 여보! 우리가 좋은 나라에서 살죠

 

쌀쌀한 날씨인 지난 주말 초등학생 3학년인 막내아들의 손목을 잡고 동남아로 여행을 가는 아내를 바래주려 인천국제공항을 찾았습니다.
방학이라 부모의 손목을 잡고 해외여행을 가는 아이들도 제법 보였으며 환한 표정에 출국하는 남녀노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풍경은 말 그대로 장관이었죠.
그 황홀한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그리고 난생처음 타보는 비행기에 대한 기대감으로 입이 귀밑에 걸린 아들 녀석을 행복한 눈길로 바라보며 아내가 문득 저에게 “여보! 우리가 좋은 나라에서 살죠” 라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저와 아내가 살았던 북한에는 ‘국내여행’은 고사하고 ‘해외여행’이란 말조차 없습니다. 국가경제수행 여러 분야에서 모범적이면서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극소수의 사람에 한해서 1년에 한두 번 명승지(유명관광지) 휴양권이 차려지는데 전체 인민의 0.001% 정도이죠.
북한주민들은 가족과 친인척의 애경사도 국가승인을 받고 참가하는데 반드시 정부에서 발행한 ‘통행증’을 지참하고 유동한답니다. 유일한 장거리 대중교통수단으로 열차가 있는데 대표적 노선인 평양~청진 구간을 빨리 가도 18시간이죠.
제가 평양에 있을 때 사회생활 첫 직장으로 4년간 근무했던 ‘철도안전국’은 북한철도의 모든 열차 안에서 여행객들을 상대로 ‘통행증’을 확인하는 업무를 총괄하는 중앙급 경찰기관입니다. 보통 한 편의 열차에는 5~6명의 승무안전원(철도경찰)이 있고 아래와 같은 이유로 여행객들의 ‘통행증’을 검열합니다.
“미제와 남조선괴뢰당국은 세상에서 가장 우월한 우리의 사회주의제도를 붕괴시키려고 많은 간첩을 파견한다. 우리 공화국정부는 당과 수령을 철저히 보위하며 간첩이 조금도 활동을 할 수 없도록 ‘통행증제도’를 실시한다.”
얼핏 듣기에 그럴듯해 보이는 ‘통행증제도’는 북한주민들이 자기 지역을 벗어 못나도록 발목을 잡아놓은 묘책입니다. 만약 이 제도가 없다고 가정하면 평양시민들 수만 명이 외국을 지척에서 보고 싶은 마음에서 국경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고, 반대로 지방에 사는 인민들이 생활수준이 좋은 평양으로 대거 움직일 수 있겠죠.
수령의 입장에서 보면 수많은 인민들의 무리이동은 자칫 정부를 반대하는 대규모 폭동으로도 번질 수 있습니다. 이는 상상만 해도 끔찍한 행위로 이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 ‘통행증제도’이며 엄연히 독재체제 유지를 위한 통치수법이라 할 수 있죠.
평생을 살면서 ‘해외여행’이라는 말조차 모르며 다른 나라는 고사하고 제 나라 제 땅도 당국의 승인을 받고 다니는 북한주민들의 비참한 삶은 눈물이 겹도록 불쌍합니다. 짐승보다 못한 삶을 누리는 북한주민들에게 사람다운 생활의 세계를 안겨주기 위해서는 통일 외에는 다른 어떤 것도 없음을 확신하지요.
20년 전 하나뿐인 목숨과 바꾼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기에 초등학생 아들도 해외여행을 보내는 특권을 누리고 삽니다. 그 영광의 특권을 무심결에 누리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하는 많은 여행객들에게 정중히 말씀드립니다.
“여러분의 손에 들려진 대한민국 여권의 주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십시오. 전 세계 어디든 다녀올 수 있는 그 소중한 여권을 결코 가볍게 보지 마십시오. 북한의 총리도 갖지 못하는 어마어마한 특권이랍니다. 영광의 대한민국 국민이기에 누리는 오늘의 이 행복을 부디 감사하게 생각하십시오.”

 

[림일 칼럼] 여보! 우리가 좋은 나라에서 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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